"카카오가 다 해먹는다" vs "서비스 개선됐는데 뭐가 문제"

입력 2021-09-10 14:41   수정 2021-09-10 15:12


카카오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이 카카오의 독점을 막기 위해 규제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탈을 막을 기회라는 반응과, 카카오로 인해 개선된 분야가 많고 혁신을 이끈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상생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 억울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협조 구할 땐 언제고 갑질 집단 매도"
10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갑질 규제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법은 사실상 카카오를 겨냥한 것으로 정치권이 특정 국내 기업을 콕 짚어 규제를 추진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카카오 측은 "소상공인과 관련 파트너 주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 경청하며 상생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카카오 인사는 "윗선에서 입단속 강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몸을 사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렇게까지 한 기업을 매도하는 게 과연 온당한 것인가'라는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 상생 지원금, 백신 접종 예약, 선별 진료소 안내, QR 체크인 등 정부가 급할 때는 밤이고 새벽이고 일방적으로 먼저 연락해서 대책 내놓으라고 해 적극 협조했는데 일순간 이렇게 갑질 집단으로 매도하니 힘이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민주당은 아예 이번 국정감사 핵심 안건을 '플랫폼 경제'로 선정했다. 카카오로 대표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면밀히 따지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카오의 사업 분야가 방대한 만큼 각 상임위에서도 사안에 따라 각각 카카오를 타깃으로 한 질문 공세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올 상반기에만 계열사 40개 늘어
카카오는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여왔다.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 6월 말 기준 158개에 달하는 상황. 국내 대기업 집단 중 SK그룹 다음으로 많다. 올 상반기에만 40개가 새로 생겼을 정도로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의 성장 방식은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공룡의 확장 모델과 유사하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와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뒤 지배력을 앞세워 유료 모델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독점 체제를 앞세워 수익 확보로 방향을 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구글은 안드로이드(OS) 휴대폰에 탑재된 구글 포토를 유료로 전환한 바 있다. 스마트폰 OS(운영체제)에서 70%를 넘는 지배적 사업자가 되자 본격적인 유료화에 나섰다.

국내 택시 호출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카카오T'가 대표적이다. 카카오T는 우선 배차가 가능한 스마트 호출 기능 요금을 기존 정액제 요금(일반 시간 1000원·심야시간 2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받을 수 있는 탄력요금제로 변경을 시도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호출이 많은 특정 시간대 외에는 가격이 더 싸진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스마트 호출료 범위를 '0~5000원'에서 '0~2000원'으로 줄이며 꼬리를 내렸다.

카카오의 유료모델 전환 시도는 또 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3월 택시 기사들로부터 월 9만9000원을 받고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며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유료화를 본격화했다. 이 밖에도 대리, 주차, 셔틀, 기차, 항공, 퀵, 공유킥보드 등 카카오모빌리티가 진출한 서비스는 언제든 유료화 또는 기존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거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때 규제를 많이 받는데 카카오는 예외인 듯싶다"면서 "다른 대기업은 아무리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카카오를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는 비판과 정부 규제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공존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범수가 다 해 먹는다. 당장 주변 생활권만 돌아봐도 카카오를 거쳐야 하는 분야가 10개는 족히 넘는다", "삼성이 카카오처럼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빅테크에 대한 규제는 국제적 추세다. 카카오라고 봐줘선 안된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규제가 과도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솔직히 카카오가 진출한 분야들은 서비스가 엉망이었다. 카카오가 진출하면서 서비스가 크게 개선됐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돈 몇 천원 더 주더라도 수준 높은 시스템과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싶다", "이런 식으로 기업을 옥죄면 사실상 사업하지 말라는 얘기", "선거철이 다가와서인지 분위기가 이상하게 휩쓸려 카카오가 몰매를 맞는 것 같다"고 언급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해 사회적 토론 할 필요 있어"
이런 가운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오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해)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몸집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입점업체와의 '갑을관계'가 심화하고 소비자 피해도 빈발하고 있다는 것. 금융당국발 규제와 여당 내 잇따른 견제 목소리에 최근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경제검찰' 공정위도 문제점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조 위원장은 "(플랫폼은) 입점업체에 새로운 시장 접근 기회를 부여하지만 불공정행위 우려도 상존한다"며 "소비자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의 경쟁제한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통신사들이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과금하던 걸 카카오가 무료로 서비스하며 혁신을 이끌었는데 최근 사업을 너무나 확장하다 보니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며 "플랫폼 기업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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